분기 보고서가 도착했다. 노출 120만 회, CTR 2.3%, 클릭 2만 7,600건. 숫자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해외영업팀에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지난 3개월간 RFQ(견적 요청) 들어온 거 세 건인데, 전부 경쟁사 조사용이었어요."
이 상황이 낯설지 않다면, 지금 쓰고 있는 대행사 계약에 MQL 정의와 SLA 조항이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행사가 보내는 리포트에 아래 항목만 있다면 경고 신호다.
반면 수출 제조업에서 의미 있는 지표는 다르다.
"우리 제품 사양서(Spec Sheet)를 다운로드한 기업 이메일 보유자가 이번 달 몇 명인가?"
이 질문에 대행사가 즉시 답하지 못한다면, 트래킹 환경 자체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B2B 통계에 따르면, 광고로 획득한 전체 MQL 중 실제 영업 가능한 SQL(영업 적격 리드)로 전환되는 비율은 평균 13%에 불과하다. 첫 접촉부터 영업 기회 전환까지 평균 84일이 걸린다.
더 중요한 것은 유입 경로별 전환율 차이다. 자사 웹사이트 인바운드 폼을 통한 유입의 SQL 전환율은 31.3%인 반면, 단순 배너 광고 클릭 유입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즉, 대행사에게 '클릭을 많이 가져오라'가 아니라 '자사 웹사이트로 고관여 바이어를 유입시켜라'라고 주문해야 한다.
대행사와 계약할 때 흔히 빠지는 핵심 조항 세 가지를 점검하자.
MQL(Marketing Qualified Lead)은 단순 웹사이트 방문자가 아니다. 수출 제조업 기준으로 MQL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프로필 조건
행동 조건
이 기준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대행사는 어떤 클릭이든 '리드'로 보고할 수 있다.
대행사가 Google Ads, LinkedIn Campaign Manager 계정을 자신들 명의로 운영하고 가공된 수치만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 구조에서는 실제 타겟 세팅, 입찰 전략, 지출 내역을 광고주가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할 것: 광고주 명의 계정 생성 + 대행사에 관리자 권한 부여 방식인지, 아니면 대행사 계정에 광고주를 초대하는 방식인지.
전자라면 대행사 교체 시 데이터와 캠페인 히스토리가 그대로 남는다. 후자라면 계약 종료와 함께 모든 데이터를 잃는다.
월 고정 대행 수수료만 있고 성과 기준이 없다면, 대행사 입장에서 리드 품질을 높일 유인이 없다. 계약서에 다음을 명시해야 한다.
아래 항목을 대행사와 협의 테이블에 가져가자. 항목별로 '현재 계약에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고, 없다면 계약 갱신 또는 교체 시 반드시 포함시킨다.
[트래킹 환경]
[리드 품질 관리]
[계정 투명성]
[성과 보고]
한 B2B 제조 기업의 협업 사례를 보면, ICP(이상적 고객 프로필) 기반 스코어링과 영업팀 피드백 루프를 도입한 결과 흥미로운 역설이 나타났다.
전체 MQL 유입량은 기존 대비 40% 감소했다. 그런데 SQL로 전환되는 비율은 2.5배 상승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불량 리드가 60% 줄었기 때문이다. 영업팀이 가짜 리드를 추적하느라 낭비하던 시간이 사라지고, 진짜 바이어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리드 수가 줄어도 파이프라인이 커지는 것, 그것이 SLA 기반 성과 관리의 핵심이다.
이 변화를 만든 핵심 장치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었다. MQL 정의서 한 장 + 영업팀 피드백 격주 전달 + CPQL 목표치 계약 명시, 이 세 가지였다.
대행사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교체 후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새 대행사를 선정할 때 아래 질문을 던져보자.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대행사라면, 계약 후에도 같은 노출·클릭 리포트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Q1. MQL과 SQL의 차이를 영업팀에 어떻게 설명하면 되나요?
MQL은 마케팅팀이 "이 사람은 우리 바이어 조건에 맞고, 관심 행동을 보였다"고 판단한 리드입니다. SQL은 영업팀이 직접 연락해 예산·의사결정 권한·도입 시기를 확인하고 "지금 미팅해볼 만하다"고 판정한 리드입니다. 마케팅팀이 MQL을 영업팀에 넘기고, 영업팀이 검증해 SQL로 격상시키는 구조입니다.
Q2. SLA를 요구했더니 대행사가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SLA 자체를 거부하는 대행사는 성과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최소한 MQL 정의와 계정 접근 권한 두 가지는 협상 불가 조건으로 두세요. 이 두 가지도 거부한다면 교체를 검토하는 것이 맞습니다.
Q3. CPQL 목표치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요?
산업군과 타겟 국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초기에는 현재 CPL(리드당 비용)의 3~5배를 CPQL 기준으로 잡고, 3개월 테스트 후 실제 데이터로 재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CPL이 1만 원이라면 CPQL 초기 목표는 3~5만 원으로 설정하고, 이 기준을 통과한 리드만 영업팀에 넘기는 구조를 만드세요.
Q4. 대행사가 계정 접근 권한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왜 그런가요?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실제 매체비 집행 내역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계정을 자신들 자산으로 보는 관행 때문입니다. 광고주 명의 계정 운영은 업계 표준이므로, 이를 거부하는 대행사와는 계약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Q5. 영업팀이 리드 품질 피드백을 매주 주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드백 형식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세요. 리드 1건당 1~5점 척도 하나, 그리고 "왜 불량인가"를 드롭다운으로 선택(예: 개인 이메일, 타겟 외 국가, 경쟁사 조사)하는 구글 폼 하나로 충분합니다. 대행사가 이 폼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도록 요청하세요.
월 1,000만 원의 해외 광고비가 진짜 바이어를 데려오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대행사에 "이번 달 기업 이메일이 확인된 MQL이 몇 건인지 데이터로 보여달라"고 요청해보세요. 그 답변의 속도와 구체성이, 지금 파트너를 유지할지 교체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빠른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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